첫 생일
w. 김노을
“한 번 더!!”
주말 오전 연습 중 니시노야가 히나타의 스파이크를 받아치면서 외쳤다. 그리곤 좋았다는 듯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카게야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히나타 보게! 자세가 흔들렸잖냐!”하고 외치자 히나타는 “아니거든!!”하고 맞받아쳤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연습 풍경이지만, 니시노야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듯 방방 뛰었다. 그런 니시노야를 보면서 우카이와 말하기 위해 나왔던 다이치와 스가와라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훈련을 위해 코트로 들어왔다. 봄철 고교 대회 미야기 현 대표 결정전 본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 공지했던 대로, 오후에는 체육관 정비가 있어서 오전 연습만 진행한다고 했어. 그러니 돌아가서 쉴 수 있도록. 특히 카게야마, 히나타.”
“넵!”
“네”
다이치의 말을 마지막으로 오전 연습을 끝내고, 체육관을 정리하고 아사히와 함께 마지막으로 부실로 올라간 니시노야가 부실 문을 열기 무섭게 양쪽에서 폭죽이 터지고, 머리에 고깔모자가 씌워졌다. 놀라서 눈이 커진 채로 굳은 니시노야를 아사히가 데리고 들어오자, 다들 “생일 축하해 니시노야!” “생일 축하해요 노야상!” 하면서 다이치가 케이크를 들고 니시노야의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니시노야 불어야지.”
“앗 노야상! 촛불 불 때는 소원 빌고 불어야 한데요!”
“알겠어. 소원 빌고 불게!”
히나타가 자신의 생일인 냥 방방 뛰며 소원 빌고 촛불을 끄라는 소리에 시끄러워진 부실에서 니시노야는 밝게 웃으면서 케이크 위에 올려진 촛불을 불었고, 다들 케이크를 노야 얼굴에 묻히기 위해 뛰어다니며 부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자 이제 진정하자.”하며 상황을 정리한 다이치는 니시노야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선물을 건넨 뒤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생일 축하한다. 니시노야”하고 부실을 나서자, 하나둘 선물을 건네며 다시 한 번 더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고 부실 밖을 나갔다. 오늘의 열쇠 당번이었던 아사히와 니시노야는 마지막으로 부실을 나왔고, 교문 앞에서 헤어지면서 니시노야가 데이트를 기대하는 듯 설레는 목소리로 아사히에게 말했다.
“기대하고 있어요! 데이트!”
“나도 기대하고 있어.”
“그럼 좀 이따가 역 앞에서 봐요 아사히 상!!”
“응. 좀 이따가 봐 노야.”
니시노야와 아사히는 사귀고 나서 맞는 첫 생일에 긴장하고 있었고, 그 전날 대회 준비로 바빴던 탓에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라는 생각에 들떠서 잠을 못 이룬 둘이지만, 어제 부모님께 혼나가면서 온 방을 뒤져서 골라둔 옷을 꺼내 입고, 약속 장소인 미야기 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온 니시노야는 아사히를 기다리면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옷을 입고 올지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갔고, 아사히도 도착하였다. 역 앞으로 걸어오는 아사히를 발견한 니시노야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 아사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사히 상!!”하며 외쳤고, 니시노야를 발견한 아사히는 화답하듯 손을 살짝 흔들며 니시노야를 향해 걸어갔다.
“미안. 조금 늦었지?”
“아니에요! 제가 조금 일찍 도착한 거뿐 이에요!”
기다리고 있던 니시노야에게 미안한 듯한 표정을 하며 아사히가 이야기했다. 아사히의 말을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자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니시노야가 아사히에게 말을 걸었다.
“아사히상 사복 멋있습니다!”
“노야도 멋있어.”
“늘 져지 차림이나 교복 밖에 못 봐서 그런가? 엄청 색달라요!”
만나서 서로의 복장을 칭찬하면서 천천히 예매해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예매한 영화는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로맨스가 가미된 액션 영화였고,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니시노야는 나와서 영화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짜 남자 주인공 너무 멋졌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혼자 들어가다니...!!”
“응. 남자 주인공 멋졌지. 나는 액션신이 멋있더라.”
“맞아요! 찍을 때 엄청 고생했을 거 같아요.”
“효과도 괜찮았던 거 같아. 왜 인기 있었는지 알거 같아.”
영화 이야기를 하다 말을 멈추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던 니시노야는 “음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속 남자 주인공도 멋졌지만, 아사히상이 더 멋짐다.”라고 이야기했고, 영화 얘기를 하다 갑자기 자신이 더 멋있다고 이야기해주는 니시노야에 아사히의 얼굴은 터질 듯이 빨개지고 뭔가를 말하려는지 입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했다. 그런 아사히를 보며 니시노야는 아사히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웃었다.
“앗 아사히 상 게임센터 가요!!”
“노야! 천천히 가!! 그러다 다친다!”
게임센터를 발견하고 신난 듯 손목을 잡아끌며 뛰는 니시노야의 모습에 아사히가 안절부절못하며 니시노야를 따라 게임센터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여러 아케이드 게임이 있는 것 중 니시노야는 총 게임을 선택해서 돈을 넣고 총을 꺼내 들었고, 얼떨결에 같이 게임을 하게 된 아사히가 좀비가 튀어나오는 게임 화면을 보면서 “히익!”하더니 이내 “노야... 나 이거 못하겠어...”하곤 총을 내려놓았다. 아사히가 총을 내려놓기 무섭게 game over라는 글자가 떴고, 노야는 그런 아사히를 보면서 “어차피 게임인데 뭐가 무서워요?”하더니 이내 다른 게임을 하기 위해 자리를 움직였다. 인형 뽑기를 발견한 니시노야는 아사히를 부르곤, 인형을 뽑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며 돈을 넣었다. 재능이 없는지 아니면 요령이 없는 건지 인형을 뽑지 못한 니시노야는 포기한 듯 인형 뽑기 기계에서 손을 뗐다.
“인형... 가지고 싶었는데 뽑기 어렵네요! 다른 게임하러가요!”
니시노야의 말을 들은 아사히는 “내가 한 번 해볼게. 무슨 인형 가지고 싶은데?” 하고 물었고, 니시노야는 곰 인형을 가리키며 “저거 가지고 싶어요. 아사히 상 닮았거든요!” 하고 이야기를 했다. 니시노야의 말을 들은 아사히는 웃으며 인형 뽑기 기계에 돈을 넣었고, 한 번에 니시노야가 고른 인형을 뽑았다. 그러자 니시노야는 “아사히 상! 대단해요!”하며 뽑은 인형을 꼭 껴안았다. 그런 니시노야를 본 아사히는 뽑아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뿌듯한 얼굴을 했다. 신나게 게임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고, 아사히가 예약해둔 식당으로 이동했다.
“여기 비싸지 않아요?”
“노야가 좋아할 거 같아서 예약했어. 뭐 먹고 싶어?”
니시노야가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사이 점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아 조금 있다가 주문할게요.”
“노야 뭐 먹을래?”
“아 저는 함박 스테이크 할래요!”
“마실 건?”
“콜라로 괜찮아요.”
니시노야가 음식을 고르자 아사히가 손을 들어 점원을 불렀다.
“저희 주문할게요. 저희 등심스테이크 하나, 함박 스테이크 하나, 콜라 한 잔, 우롱차 한 잔 주세요.”
“네 주문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등심 스테이크 하나, 함박 스테이크 하나, 콜라랑 우롱차 한 잔 맞으신가요?”
“네.”
주문을 마치고, 아사히가 들고 나온 쇼핑백을 노야에게 건넸다.
“자, 노야 이건 내 선물이야.”
아사히가 준 쇼핑백을 받아든 니시노야는 의아한 듯 물었다.
“선배 아까 무릎 슬리브 주셨잖아요? 근데 이건 왜 또...”
아사히가 이해한다는 듯이 웃으며 “그건 배구부 선배로서. 이건 애인으로서 주는 선물이야.”하고 말했다. 아사히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니시노야는 우물쭈물하며 “감사합니다...”하고 이야기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둘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 음식 괜찮네요!”
“맛있다는 소리가 많아서 예약했어.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네.”
“선물 뭔지 물어봐도 돼요?”
“집 가서 풀어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엣 궁금한데 안 말해주는 겁니까?”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고, 언제나처럼 니시노야를 집에 데려다주기에 함께 돌아가는 길이지만, 왠지 모를 설레임에 니시노야가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아사히의 손을 잡았다. 니시노야가 갑자기 손을 잡자 놀랜 아사히가 니시노야를 쳐다보자 니시노야는 “손 잡으면 안돼요?”하고 물어왔고, 아사히는 고개를 흔들며 “잡아도 돼.”하며 웃었다. 이전 경기들과, 연습 내용들을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니시노야의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니시노야는 아쉬운 표정을 하고, 아사히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아사히 상 집에 다 왔어요...”
“응 그러게. 너무 빨리 왔어...”
“그러게 말이에요... 너무 순식간이었어요.”
“아쉽다.”
“내일모레 또 보잖아요! 주말도 엄청 금방 지나갈 겁니다!”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아사히가 니시노야 집 근처 골목길로 데려가더니 벽에 니시노야를 기대놓고, “노야 키스해도 돼?”하고 물었다. 니시노야는 놀란 듯 눈이 커졌다가, 이내 웃으면서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랬어요.”하곤 답했다. 니시노야의 답을 들은 아사히는 “그러게 너무 무드 없었나?”하더니 이내 노야의 입술을 덮었고, 니시노야도 눈을 감고 키스에 응했다. 입을 떼니 은빛 실이 늘어지다 끊어졌고, 니시노야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노야를 안고 아사히가 이야기했다.
“생일 축하해 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