祝祭:수호신의 生日
w. 하루
祝祭(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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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 가의 하늘. 이번에는 어떤 까마귀의 몸속으로 들어온 건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올해가 지나면 나도 인간이 될 수 있으니까. 낡은 전선줄에 앉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아아... 들린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미야기현의 작은 마을. 그곳은 오래 전 까마귀 수호신을 숭배했다. 매년 일주일간 축제를 열어 감사를 전하고 수호신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리고 오늘은 축제의 마지막 날이자 수호신의 생일이다.
수호신은 마을을 수호해 마을에 안전과 평화를 가져온다. 때문에 제사는 오로지 마을을 지키기 위함일 때에만 한다. 전쟁에게 승리하기 위해서 수호신을 부른다면 마을에 큰 화가 닥친다고 한다.
카라스노의 수호자는 벼락을 사용해 마을의 안전을 수호한다. 정말 벼락을 사용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전해져 왔다. 카라스노의 수호신은 벼락을 통해 나쁜 것들을 막아내왔다고.
대대로 마을 이장 집안(家)에 가장에게만 전해져오는 말에 따르면 수호신은 100년에 한 번씩 태어나고 100년이 지나 성인이 되면 수호신은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수호신이 인간이 되는 순간 새로운 수호신이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니시노야는 곧 수호신에서 인간이 된다.
이장의 집 뒷 산 작은 동굴. 그곳에는 수호신의 호수가 있다. 까마귀가 된 니시노야가 날아가 호수 안으로 들어가면 인간이 되어 나온다. 평소에는 누구나 들락날락 할 수 있게 개방되지만 축제 기간에는 동굴뿐만 아니라 뒷 산의 출입을 막는다. 수호신의 동굴이라고 이름만 붙여놓은 줄 알았던 곳에서 까마귀가 사람이 되어 나오면 놀랄 것이 아닌가. 또, 사람들이 수호신이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출입을 막는다.
누군가 라디오에 노래를 틀고 수호신을 기다린다. 저 멀리 요란한 날개짓으로 동굴로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들어와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저건 빠졌다고 하는게 정확한가.
‘저건 분명히 수호신이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옷과 수건을 들고 수호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스가! 오랜만이다. 다이치는 어디있고 혼자 있어?!”
“노야님 생일축하드려요. 음, 다이치는 지금 시내로 내려갔습니다.”
스가가 니시노야에게 수건과 옷을 건넸다.
“왜? 다이치는 시내로 잘 안 나갔잖아”
“저번 해에 방에 가리가리군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작은 냉동고를 구매했는데 다이치가 실수로 가리가리군을 사지 않아 사러 갔답니다.”
크게 웃은 니시노야가 동굴 밖을 나섰다.
옷은 언제 다 입은 거지. 머리는 또 언제 말렸고... 스가는 니시노야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니시노야의 뒤를 쫒아갔다.
『 동굴을 나서면 산 꼭대기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텅 비어있는 둥지가 그려져 있는 작은 뒷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낯선 건물, 익숙한 건물들, 솟아 있는 나무, 작은 호수를 지나 정문에 다다라 커다란 까마귀가 그려진 정문 앞에 서서 그랬듯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그리고 정문을 열면 언제나 그랬듯이 문 앞에는 네가 있다. 아사히 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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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노야님. 저기, 저 ...었어요.”
아사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곧 이어 '아차'했다.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응. 나도 보고 싶었어!”
다행히 아사히의 말을 니시노야가 제대로 들었가.
“노야님! 같이 가요. 매번 들떠서 혼자 가버리고. 다이치가 있었으면 잔소리 했을 거라구요.”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없으니까!”
“니시노야님. 오랜만입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다이치의 목소리에 세 사람은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다이치가 가리가리군 봉투를 들고 왜 그렇게 보냐는 듯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니시노야는 다이치에게 달려가 가리가리군을 잔뜩 가지고 돌아왔다.
“그, 그렇게 먹다가 배탈이라도 날 거예요.”
“신이 아픈 거 봤어? 괜찮아!”
니시노야가 가리가리군을 하나 더 뜯었다.
“또 정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까? 피곤하셨을 텐데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알았어! 들어가자. 들어가자!”
“어?! 노얏상!! 놀러오신 거예요?! 카게야마랑 같이 공놀이하러 갈 건데 같이 하실래요!!”
멀리에서 히나타의 목소리를 들은 노야가 문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어어 그래! 좋다!’라며 달려갔다. 그런 수호신의 모습에 세 사람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 그들에게 노야가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는 일은 아주 익숙했다. 아사히는 멀어지는 니시노야의 뒷 모습을 보며 과거에 그들의 만남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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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만남은 평범하지 않았다. 4년 전, 늦은 저녁 축제를 즐기다 길을 잃어 산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산 속의 낡은 집에서 사람들에게 맞고 있던 아사히를 구해준 것이 그 둘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저 자는 아무 잘못도 안 한 것 같은데 왜 때리는 거야?”
처음 들은 니시노야의 목소리는 아주 씩씩했다. 그리고 든 생각. ‘초등학생이 여기에 어떻게? 길을 잃은 건가? 보호자는 어디있지 데려다 줘야하나? 저 사람들 눈에 밟히면 안 되는데 괜찮을까? 자신이 맞고 있었다는 것도 잊은 채 많은 생각이 아사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꼬맹이는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돼요~”
“이 몸은 꼬맹이가 아니야!”
“그래요~ 자. 아가야 엄마 찾아서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사람을 때리면 수호신에게 혼날 거다!”
풉. 니시노야의 말에 그들은 어이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아. 수호신 오늘이 축제인가? 수호신같은게 세상에 있을 리가. 그들은 니시노야를 놀리다 말고 수호신을 비웃었다. 니시노야는 물고 있던 가리가리군을 바닥에 떨었뜨렸다.
툭. 가리가리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났다.
니시노야는 그들을 노려봤다. 그들을 노려보는 니시노야가 웃긴 건지 툭툭 비아냥댔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을 아무 반응 없이 뜨겁게 노려보는 니시노야게 화가나 니시노야의 멱살을 잡고 “어딜 노려봐!”라며 소리쳤다.
“아이한테 그 그러지 마세요. 저만 어떻게 하면 끝나는 일이잖아요!”
“넌 좀 닥치고 있어!”
아사히는 니시노야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자신의 몸 뒤로 숨겼다. 그들 중 한 명이 아사히를 발로 걷어차려고 발을 뻗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뭐, 뭐야!"
믿을 수 없는 일에 모두 놀랐다. 그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당황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곧 “우연이겠지”라며 안심시켰다.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곧 두 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계속 그들을 향해 벼락이 떨어졌고 아사히는 말도 안 된다며 니시노야가 벼락을 맞지 않게 집 안으로 달려가 숨었다. 아사히는 덜덜 떨며 니시노야를 꽉 안았다. 이렇게 안고 있다가 벼락이 떨어지면 같이 맞는다는 걸 잊은 것 같았다.
얼마 후, 그들은 저 멀리 도망가고 벼락은 멈추었다. 그리고 니시노야를 지키려 꽉 안고 있던 몸이 떨어졌다.
“괜찮아? 어디 다치지는 않았지!?"
아사히가 시끄러운 목소리에 니시노야는 아사히를 쳐다봤다. 얼굴을 아까 그 사람들 보다 험악하게 생긴 것 같은데 행동은 자신을 마치 작은 동물처럼 대하고 있다.
괜찮다고 말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데 어느 누가 안 괜찮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니시노야는 괜찮다며 한참 아사히를 다독여줬다.
"니시노야님! 어디계세요"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스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이제 가야 돼! 앞으로는 맞고 다니지 마!"
"집으로 가려는 거지? 데 데려다 줄게. 밖은 위험한 사람도 많고 아까 위험한 일을 당했으니까…"
니시노야는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아사히는 계속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더 늦으면 스가가 기다릴텐데 아사히는 말씨름을 끝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니시노야는 어쩔 수 없이 "그래, 같이 가줄게!" 했다.
"노야님! 시간이 거의 없는데 어딜. 그리고 아까 그 벼락 노야님이… 이 분은 누구시죠?"
"산에서 길을 잃었는데 도와줬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아, 아사히입니다. 아즈마네 아사히."
"아사히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 네."
진짜. 어디계셨던 거예요. 한참 찾았다구요. 아, 그래? 다이치는 어디있어? 사람들이랑 같이 벼락 떨어진 곳 갔어요. 벼락도 노야님이 한 거죠? 다이치한테 혼나도 난 몰라요.
아사히는 점점 작아지는 스가와 니시노야의 모습을 바라봤다. 오늘 있었던 일이 정말 꿈이 아닌가. 수호신의 생일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사히는 생각했다. 수호신… 벼락… 수호신… 벼락…
"에… 에에?!"
설마 아니겠지라며 생각했지만 뭔가 그 아이 조금 특별해보인 것 같기도 했지라는 생각이 더 컸다. 조금은 거만해 보이는 말투며 그 상황에 치는 벼락까지… 아사히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그 아이는 수호신인가?
푸하하하하. 니시노야가 크게 웃었다. 스가가 왜 그렇게 웃냐며 묻자 니시노야는 '방금 그 목소리 안 들었어? 내 정체를 안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내가 돌아가면 저자를 찾아 나를 알려줘. 두 사람이나 알고 있는데 한 사람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겠어?"
"... 알겠습니다."
"왜 왜냐고 안 물어 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라고 중얼거린 스가는 니시노야는 손목을 잡아 동굴로 달렸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사람은 왜 태평한 거야!
헉헉. 서둘러 산을 올라와 스가는 급하게 숨을 쉬었다. 반면 니시노야는 태평한 얼굴이었다.
"스가. 그 자는 심성이 착한 자이니 말해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다이치에게 전해! 다음 해에 내가 돌아왔을 때에도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보이면 국물도 없을 거라고!"
말을 마친 니시노야는 호수에 달려들어 풍덩- 소리를 내며 빠졌다. 곧 이어 뽀글뽀글한 소리와 함께 호수에서 까마귀가 나와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
니시노야와 아사히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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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이것 봐! 나 엄청 많이 땄어!"
니시노야가 인형을 가득 들고 왔다. 피카츄, 헬로키티 그리고 이건… 가시줄상어? 니시노야는 '이거 너 줄게!'하고 안고 있던 인형들은 전부 아사히에게 건네 아사히는 얼떨결에 인형을 가득 안아들었다.
"곧 불꽃놀이 한대! 구경하러 가자!"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천천히 가요."
당장이라도 아사히를 끌고 달릴 것 같았던 니시노야가 아사히의 말을 듣고 천천히 걸었다.
수호신으로써 마지막 축제. 마지막 생일. 마지막인 만큼 아사히는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니시노야는 몰라주고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물론 그런 점도 니시노야 같아서 좋았지만.
"자, 이제 시작한대! 얼른 와!"
"우와, 여기 경치가 예쁘네요."
"다이치가 저번 해에 스가랑 같이 봤다고 이번에는 우리가 이 자리에서 보래!"
"하하. 가면 다이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그나저나."
나한테 할 말 없어? 니시노야의 말의 아사히는 엣? 하고 당황했다. 내가 오늘 무슨 잘 못을 했나? 무슨 말이지? 내가 까먹을 말이 있을리ㄱ…
"사랑해요?"
말을 마친 아사히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하하하하하. 그 말도 맞지만 정답이 아니야!"
힌트 줄게! 첫째, 오늘 너한테 제일 처음으로 듣고 싶었는데 못 들었어! 둘째, 우리가 만날 때마다 했는데 네가 아직 안 해줬어! 셋째, 인간들은 이 날에는 무조건 하는 말인ㄷ
"아… 노야님, 생일 축하해요! 마지막 생일인데 까먹어서 안 하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노야라고 불러! 말도 편하게 하고!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하는 거야. 마지막이 아니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할게. 아사히."
"나, 나도 잘 부탁할게!"
니시노야가 아사히의 등을 때리며 좀 더 씩씩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 순간 펑- 하고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잔잔한 바람. 적당한 날씨. 모든게 수호신 덕분이겠지. 아사히는 고개를 돌려 니시노야를 보았다. 첫 만남과 다를게 없는 씩씩한 표정. 부럽고 멋있었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려나.
니시노야의 얼굴만 보다가 불꽃놀이는 어느새 끝났다. 니시노야는 '가자-' 라며 뒤를 돌렸다. 알 수 없는 울렁거림. 이 말은 해야한다고 안 하면 후회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니시노야의 팔을 잡고 말했다.
"생일축하해! 노야!"
폭죽하나가 튀어올라 검은 밤 하늘에서 노란 빛을 냈다. 니시노야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래!"
두 사람의 祝祭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