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의 행방
w. 서엽
※ 니시노야와 아사히가 성인이 되어 배구선수로 토크 방송에 출연한 상황입니다.
MC 자 두 분, 이구동성 퀴즈 시작합니다-! 첫 번째 문제!
[ 두 사람의 첫 키스 장소는? ]
“체육창고!”
“공원.”
엉?
아사히상, 공원이요?
어?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알만 굴렸다. MC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둘 중 누구도 신호를 알아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MC는 PD를 바라보며 잠시 녹화를 끊고 가자고 말했다. 그 요청에 따라 녹화는 잠시 중지되었다. 잠시 쉬고 간다는 PD의 큰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죄송합니다!!”
먼저 상황파악이 끝난 니시노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했다. 꽉 다문 입술 사이는 비좁았다. 아사히도 따라 일어났다. 큰 소리로 여러 번 사과한 뒤 자리에 앉았다.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집중하려 노력했다. 니시노야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자리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 다시 녹화 시작할게요!
녹화 재개를 알리는 PD의 목소리에 아사히는 헛기침을 했고, 니시노야 역시 표정을 풀며 웃음기를 찾으려했다.
***
녹화가 어영부영 끝나고 MC의 대기실로 니시노야와 아사히가 달려갔다. 괜찮다고 말해도 연신 죄송하다고 외치는 바람에 MC는 정말 괜찮다며 둘의 허리를 잡아세웠다.
“아마 그 장면은 유머스럽게 넘기거나 편집될 거야. 크게 걱정 안 해도 돼.”
안심하라는 듯 웃는 얼굴에 니시노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첫 방송 출연이 아사히와의 출연이라 기뻤는데 이렇게 망칠 줄은 몰랐다며 입술을 내밀었다. MC는 망치지 않았다고 그런 실수는 초보라면 누구나 하는 거라고 다독여주었다. 아사히는 그런 니시노야를 보면서 아까 대답을 되새겼다. 집으로 가는 길에 꼭 물어보겠다고 다짐하면서 MC와 악수를 했다.
MC의 대기실을 나서며 아사히는 니시노야에게 물었다.
“근데, 아까 그 대답은 뭐야?”
“네?”
“체육창고? 누구랑 했어?”
허-. 니시노야는 아사히의 질문에 되려 질문했다.
“그럼 아사히상은 누구랑 했는데요?”
“뭐?”
아사히는 설마 니시노야가 자신을 의심하나 싶어 웃었다.
“당연히 너지. 그러는 너야말로 누구야?”
“저야말로 아사히상 아니겠어요? 기억 안 나요?”
확실히 니시노야와 체육창고에서 키스한 적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처음 만난 날부터 고백까지 1년, 그리고 나머지 1년간 사귀면서 카라스노의 전성기를 맞았기에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었다. 평일에는 학교와 부활동에 바빴고 주말 역시 연습으로 바빴다. 그런 우리가 그나마 연인다운 행위를 즐길 수 있던 곳이 체육관 창고였다. 정말 많이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과연 첫키스였던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유우. 다시 생각해봐. 헷갈린 거 아냐?”
“글쎄요? 전 제 대답에 확신합니다.”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가는 길에서 갈라지기 직전에 있던 공원. 그리고 노야를 데려다줄 때 있는 공원으로 총 두 개가 있었다. 확신할 수 없어서 뭉뚱그려 공원이라고 했다. 니시노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아사히는 너무 확신하는 니시노야에 약간 불안해졌다.
‘내가 틀린 건가.’
니시노야는 기억을 살리려고 보이는 아사히의 미간을 눌렀다. 잔뜩 찌푸렸던 미간이 펴지면서 아사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느새 서로의 집으로 갈라지기 전 공원이었다.
“오늘은 안 데려다주셔도 돼요. 혼자 잘 생각해보세요. 제 말이 맞을지. 아사히상이 맞을지.”
“어?”
아사히는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놀랐지만 여유롭게 웃는 니시노야를 보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지금 같이 가도 니시노야에게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집 도착해서 연락해.”
“뭐- 아무리 생각해도 제 말이 맞다는 결론이 나올 것 같지만요!”
치아를 보이며 웃는 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손을 붕붕 흔들며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사히를 바라보는 니시노야에게 앞에 보고 조심히 가라며 라인을 하나 남겼다.
‘자, 그럼 생각해볼까.’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아사히의 기억 속에서 둘은 가로등 밑에서 입을 맞췄다. 분명 고요한 분위기와 어두컴컴한 하늘 및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가로등. 그 아래서 니시노야는 웃고 있었다. 늘 장난스럽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어딘가 부끄러워보이는 웃음. 아사히 역시 부끄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분위기가 둘을 키스로 이끌었다.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니시노야는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 거지.
고등학교 시절 니시노야는 꽤나 인기가 많았기에 충분히 헷갈릴만도 했다. 생각해보면 아사히와 사귀었던 건 1년이었으니 남은 2년을 누구와 보냈을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물어본 적도 없었다. 처음 체육창고의 비밀공간을 알려준 것도 니시노야였고 청소도구를 가져다 놓는다는 핑계로 둘만 체육창고에 남아보자는 것도 니시노야였다. 그러니까, 니시노야는 아사히가 아닌 누군가와 키스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마 다른 사람과 한 키스를 헷갈렸다던가. 아사히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1년동안 키스를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니까 아, 그러보니 왜 가로등 아래에 서있었을까. 아사히는 돌고 돌아 가로등을 생각했다.
가로등 밑에서 우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날도 분명 집에 가는 길이었고, 그때 니시노야가 무슨 말을 했더라.
- 고마워요, 아사히상.
아사히의 머릿속에서 니시노야의 목소리가 울렸다. 뭐가 고마웠을까.
-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 중요한 날인데 해야지.
- 근데 이거 진짜 귀엽네요!
중요한 날이라서 키스했다는 거까지는 알겠는데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띠링-
니시노야에게서 라인이 왔다. 잘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브이하는 사진이 도착했다.
“어?”
아사히는 본인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가 괜히 주변을 돌아봤다. 집에 거의 다 와갔다. 빠르게 집으로 가 계단을 오르면서 아사히는 사진을 확대해보았다. 피식 웃으면서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 삑, 삐삑, 철컥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아사히는 니시노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노야.”
“아사히상? 생각해봤어요?”
“응, 나 좀 화나려 그래.”
“엥?”
물론 아사히는 웃고있었다.
“누구랑 첫키스를 체육창고에서 했나?”
“또 그 소리. 분명 제가 체육창고 비밀 장소 알려주면서 그 날 바로 입술 부딪혔잖아요!”
“바보야. 우리 공원에서 키스했잖아.”
“언제 했는데요! 난 여름에 한 걸로 기억해요!”
“으휴. 너 침대에 인삼 인형 하나 있지.”
“네? 네. 그거 아사히상이 생일 선물로..”
니시노야가 말끝을 흐리더니 조용해졌다.
“잠시만요, 그게 첫키스예요???”
“그럼 뭐가 첫 키스야.”
“제가 체육창고에서 했던 건??”
체육창고에서?
확실히 니시노야가 여름에 여기가 체육창고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라며 데리고 갔었는데.
“분명 제가 아사히상 얼굴 잡고 입술 부딪혔잖아요! 이렇게 해도 모른다고!”
“유우…. 그건, 뽀뽀잖아.”
니시노야는 크게 소리쳤다. 그건 키스가 아니었냐며 자기는 그게 키스인줄 알았다며 분명 침대에서 방방 뛰고 있을 게 분명했다.
“유우, 진정해.”
“그치만!!”
아사히가 피식거리며 자꾸 웃으니 니시노야가 더 씩씩대며 말했다.
“부끄럽잖아요. 키스랑 뽀뽀 구분도 못하는 멍청이라고 생각하죠?”
괜히 삐친 듯 비꼬는 목소리에 귀여워서 계속 웃었다.
“아냐. 귀여워. 그래서 좋아.”
니시노야는 뽀뽀를 키스로 착각한 것에 꽤 크게 민망해했다.
“후우, 그것도 모르고 전 제가 키스했다고, 처음 한 키스라며 좋아했다구요.”
“그럼 이제 아니까 별로인가?”
“그건 아니고….”
“내일 봐, 내일 제대로 해줄게.”
“뭘요?”
“기분 좋은 키스말야.”
아사히 치고 능글거리는 말을 했기에 반응이 걱정되었다. 걱정도 잠시 금세 활기차게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처럼 말했다.
“당연하죠!! 내일 확실하게 받아낼 거예요!”

